인권위 “장애인 피의자 신문과정서 조력 받을 권리 보장해야”
법무부 장관과 서울구치소에 권고
의사소통이나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수용자에 대한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장애인의 조력 받을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2월14일 법무부 장관에게 장애인 수용자 피의자 조사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 등을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6항 규정에 부합하게 개선할 것과, 피진정인인 서울구치소장에게 유사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진정인은 발달장애인인 피해자 ㄱ씨와 뇌전증 장애인 ㄴ씨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같은 거실에서 생활하던 중, ㄴ씨가 ㄱ씨를 폭행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서울구치소로부터 장애인 수용자에 대한 형사 절차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구치소 쪽은 “ㄱ씨와 ㄴ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당사자의 주장 외에 발달장애인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고 의사소통이 원활했으며, ㄴ씨에 대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고,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다”고 답변했으나 인권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 “ㄴ씨가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은 아니나 만14세이던 2018년에 뇌전증 진단을 받은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기적으로 약 처방을 받는 바, 장기간 개인의 일상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인에 해당하며, 지적장애는 아니나 지적 능력이 경계성 수준의 지능(IQ 70~80)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ㄴ씨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시하거나 법률적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수사 과정에서 방어권·진술권 등을 행사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부모 등으로부터 조력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은 사법기관이 형사사법 절차에 앞서 피해자 또는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를 우선하여 확인하고,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사건관계인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이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 받기를 신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진술 조력인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인권위는 “서울구치소 쪽이 장애인 수용자인 ㄴ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조력 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출처 : 한겨레_세상을 보는 눈, 사회부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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