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0만 장. 전세계에서 하루 동안 찍는 ‘셀카’ 이미지 숫자다. 하루 동안 찍는 사진 100장 중 4장은 셀카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찍는 셀카 이미지는 450장. 하루평균 7분, 1년에 54시간을 우리는 셀카를 찍는 데 보낸다.
구글이 10월7일 스마트폰 ‘픽셀7’을 공개하며 셀카에 특별한 기능을 넣었다. ‘가이드 프레임’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휴대폰 카메라 응용프로그램(앱)을 열고 ‘셀피’ 모드로 설정한 뒤 내 얼굴을 비춰보자. 픽셀7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휴대폰을 오른쪽 위로 약간 움직여보세요”, “왼쪽 아래로 조금 움직여보세요”. 셀카를 찍기 적당한 구도가 되면 화면 속 얼굴에 노란 동그라미가 뜨고, 셋을 센 다음 자동으로 촬영이 이뤄진다. 사진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셔터가 눌리기 전에 휴대폰을 다시 움직여 원하는 구도를 잡으면 된다.
화면을 보며 적절한 구도를 잡으면 될 텐데, 왜 굳이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걸까.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쓰는 사용자,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다. 가이드 프레임은 저시력·전맹 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셀카’ 기능이다. 구글이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도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무리 없이 쓰도록 픽셀7의 ‘접근성’ 기능에 추가했다.
간단한 기능 같지만 여러 기술이 녹아 있다. 프레임 안에 사람 얼굴이 몇 개가 있는지 파악하는 얼굴 감지, 음성 안내와 진동 패턴(햅틱)을 이용해 적절한 상태와 동작을 알려주는 기술, 사용자가 어려움 없이 안내에 따라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기술 등이 정교히 맞물려야 이용자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로 촬영하면 사진 속 물체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미지 인식 기술은 많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네이버 등 수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으로 기술을 벼리고 있다. 아이폰 ‘사진’ 앱은 사진 속 대상을 자동 인식·분류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2020년에는 ‘아이폰12 프로’에 3차원 공간과 객체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구글 렌즈’나 ‘네이버 렌즈’도 사물을 비추면 해당 사물을 인식하고 알려준다.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직접 사진 생산 주체로 참여하도록 돕는 기능은 이미지 인식 기술만큼 진전되지 못했다. 가이드 프레임의 가치도 여기에 있다. 구글은 가이드 프레임 기능으로 ‘잘 찍은 내 사진’의 촬영 주체를 시각장애인 본인에게 돌려줬다. 아래 큐아르(QR)코드로 접속히면 구글의 가이드 프레임 소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 동영상은 시·청각장애인 시청자를 고려해 음성해설과 화면해설 자막이 포함돼 있다.
아이폰(iOS)과 아이패드(iPadOS)도 시각장애인의 셀카 촬영을 돕는 기능을 제공한다. 화면 속 내용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을 활성화하고 카메라를 열어 대상을 비춰보자. 얼굴인식 기능으로 화면 속에 몇 명이 들어 있는지, ‘오른쪽 상단 가장자리 근처’ 식으로 각 인물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려준다. 이 안내를 따라 화면을 조금씩 조절하며 적당한 구도를 잡고 셔텨를 누르면 된다. 얼굴인식으로 화면 잠금을 해제하는 페이스아이디(ID) 기능도 보이스오버를 이용해 화면 속 정확한 얼굴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다. 보거나 듣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사용자를 고려한 설계다.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기술은 차별 도구다.
출처 : 이희욱 미디어전략팀장 asad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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