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여성에게 ‘발가락 똥침’을 한 복지시설 지도사에게 항소법원이 “학대가 맞다”며 원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심재남)는 학대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장애인복지시설 전 생활지도사 황모(33·여)씨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황 씨는 2008년부터 경기도 광주시 A장애인복지시설에서 B(32·여)씨를 관리하는 생활지도사로 근무해왔다.
B씨는 뇌병변장애 2급 장애인으로, 팔과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황씨의 도움 없이는 식사와 용변을 할 수 없었다. 비슷한 또래인 황씨를 ‘이모’라고 부르며 상당 부분 의존하며 황씨와 가깝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황씨가 누워있는 자신에게 발가락으로 엉덩이와 항문 부위를 찌르기 시작했다.
B씨가 기억하는 것만 2010년 여름, 2013년 여름과 같은해 겨울 등 총 3차례였다. 한번은 팔과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책상에 엎드린 자세로 밥을 먹고 있는데 황씨가 발가락으로 ‘똥침’을 해 밥을 먹을 수도 없게 했다.
황씨의 ‘발가락 똥침’ 행위는 2014년 복지시설의 ‘인권지킴이 회의’에서 처음 알려졌고 황씨는 결국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성남지원 형사1단독 이태우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반인륜적 침해를 넘어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생활지도사인 피고인의 보호를 받는 중증 장애인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똥침`을 해 육체적 고통과 모욕감 등 정신적 고통까지 주어 형법의 `학대`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가 겪은 고통의 정도는 일반인에 비해 컸을 것이고 쉽게 잊힐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와 같은 중증 장애인과 오랜 기간 생활해 본 피고인도 이런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콘텐츠팀 기자
입력 : 2016-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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