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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정보

文약속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장애부모 눈물
작성일
2018-07-12 09:28

“중증장애아동 건우의 아빠로서, 대한민국이 건우에게 약속한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 많이 미안합니다. 마지막 심정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9일 오전 11시 15분. 비가 내리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건우아빠 이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해온 비영리단체 토닥토닥 김동석 대표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을 살려주세요’라는 메시지를 가슴에 부착하고 1004배를 시작했다.

2살 때 사고로 인한 뇌손상으로 9년째 병원을 찾아 떠돌며 재활치료를 받는 건우는 아직 입으로 밥을 먹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한다. 재활치료는 건우가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지만, 우리나라 어린이재활병원은 민간 1곳뿐이다.

현재 건우는 대전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또 건우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재활난민’으로 떠돌아야만 한다.

“더 이상 아빠 힘만으로 건우의 생명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건우아빠 김동석 씨는 5년 전 거리로 나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요구했으며, 지난해 문재인대통령이 임기 내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완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국정감사에서 전국 9개 권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막상 복지부가 발표한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사업’은 충격적이었다. 건우네, 아니 장애아동 가족 모두가 기다려왔던 ‘공공’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22년까지 어린이재활병원 3개소, 외래와 낮 병동 중심의 어린이재활의료센터 6개소 등 총 9개소의 의료기관 건립 계획과 함께 우선적 경남권, 충남권, 전남권에 1개소씩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공공’의 성격이 아닐뿐더러, 기존 약속에서 후퇴된 내용이라는 것.

“복지부 장관이 약속했던 9개 병원에서 3개로, 나머지는 이래 중심 센터입니다. 이는 민간병원의 외래 중심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고, ‘공공’이란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집중재활서비스가 필요한 것인데, 외래에선 그 기능을 할 수 없을뿐더러 응급대처도 힘듭니다.”

또 부족한 소아재활치료 공급도 해소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복지부는 용역 결과를 근거로 병원 1개소당 입원 병상 30개, 소아 낮 병동 20개를 결정했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아동의 현실 등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

“복지부가 전국에 건립하려는 입원 병상은 총 100개가 되지 않습니다. 한 곳당 의료법상 최소 규모인 입원 병상 30개 정도고. 중증장애아동에 대한 입원 등 집중재활치료시스템 구축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복지부는 재활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아동들과 입원 거부를 당하는 아동들의 현실을 알면서도 이 규모를 제시한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예산’이다. 복지부는 사업 공모를 통해 건립비의 50%만 지원하고 운영비는 아예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건축비, 설계비 포함해서 50%만 정부에서 지원하고 운영비 내용이 없어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민간에서 수익이 나지 않아 중증장애 아동 재활치료를 기피하니까 공공병원을 건립하자고 한 건데…. 운영비를 주지 않으면 의료계에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재활치료가 될지 걱정스럽죠.”

복지부는 오는 16일까지 이 같은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사업 공모’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 김 대표는 매일 같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004배를 하며 공모가 수정되길 요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김 대표는 ▲전국 9개 모든 권역 재활의료센터 건립 ▲1개소 병원 입원병상 100개 이상 건립 ▲병원 운영비 정부와 지자체 공동 부담 ▲장애아동 등 의견 수렴을 위한 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렸다.

건우 손을 잡고 거리에 나왔을 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생기는 것이 모두 기적이라고 했는데, 지금 국정과제까지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부터 봐왔습니다. 국민들이 함께 해주시면 ‘공공’이 담긴, 경제 논리가 아닌 ‘사회보장’이 기본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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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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