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31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됐다. 정신병원을 퇴원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주거, 취업, 일상 활동 등 각종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당사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지만, 체감하는 지원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8 실천연구대회’를 갖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초청, 지역사회 정신장애인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탈원 정신장애인 떠돌이 인생 ‘주거’ 대책 필요=“살 집이 필요합니다. 집이 없는데 어떻게 요양원과 병원에서 나올 수 있습니까? 내 한 몸 누울 곳이 없는데 어떻게 지역에서 살 수 있을까요?”
정신장애인 이길성씨는 당사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요소로 안정된 주거지원을 꼽았다. 이 씨의 동료들은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이 부족해 대부분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가족이 없거나 고시원에 있을 수 없는 동료는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한다.
임대주택·임대아파트 역시 입주하기 어렵기만 하다. 동거인이 많은 순서로 가산점을 주는 현행 제도에서 정신장애인은 대상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은 미혼이 대부분이며 스스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병과 함께 살면서 결혼적령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동료들도 임대주택·임대아파트 입주신청을 했지만 대부분 대기자가 되거나 신청에서 제외됐다. 이 씨 역시 ‘미역국’을 세 번이나 먹었다(임대주택·임대아파트 입주신청에서 세 번 탈락했다는 의미). 즉 현 제도에서 정신장애인은 50살이 넘어서야만 간신히 입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신요양시설 전수조사 결과 시설에 10년 이상 입소한 정신장애인 당사자는 65%에 이른다. 정신요양시설 입소자가 1만여명임을 감안하면 6500명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이씨는 “살 집이 필요하다. 집이 없는데 어떻게 요양원과 병원에서 나올 수 있는가. 내 한 몸 누일 곳이 없는데 어떻게 지역에서 살 수 있겠는가”고 토로한 뒤 “집이 있다면 최저생계비로 적어도 하루 두 끼를 먹을지언정 무허가 기도원이나 요양원, 병원에 들어가 떠돌이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된다. 다양한 형태의 주거시스템 등 양적인 주거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역할 ‘미약’ 당사자 단체 육성·지원 필요=정신장애인동료지원공동체 신석철 대표는 당사자의 성공적 지역사회 정착의 조건으로 당사자 단체 육성·지원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신 대표에 따르면 현재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 재활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은 지역사회 곳곳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구 정신건강증진센터)다. 하지만 센터의 역할과 기능인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정신건강현황 예비조사 결과보고서(2016)에 따르면 센터가 2006년 73개에서 2016년 225개로 급증했으나 정신병원 병상수는 6만 9702개(2006년)에서 8만 3405(2016년)로 줄어들지 않고 늘어난 것은 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근거라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센터는 대부분 사립병원(정신)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데, 병상수 감소에 민감한 사립병원이 당사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센터를 위탁해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당사자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에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는 것.
신 대표는 “당사자가 주축이 된 단체는 정신장애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신장하고 보장하는데 기여한다. 나아가 동료가 자기결정권 침해 등 인권침해를 경험했을 때, 절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권익을 옹호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신건강복지법 제78조(단체·시설의 보호·육성 등)는 정신장애인 단체지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 촉진과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시설을 보호·육성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강제성을 띠지 않아 실질적 지원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 조항으로 국비를 지원받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지자체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근거가 있어야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다고 답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즉 행정기관 간 상충되는 입장 때문에 당사자 단체들은 전혀 지원을 못 받는 것이다.
신 대표는 “복지부가 진정으로 당사자의 탈원화를 목적으로 정신건강복지법을 만들었다면 자립생활지원 관점에서 시행령·시행규칙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시설과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하도록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하는 게 진정한 지역사회 지원의 성공적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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