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해당하는 장애등급제 폐지, 탈시설 등 장애 이슈들이 그간 단체들의 노력으로 성과를 얻었지만, 여전히 ‘예산 미확보’, “시설이 더 안전하다”는 잘못된 국회 인식 등의 장벽들이 존재한다.
이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한 답은 무엇일까? “국제사회를 통해 한국정부를 압박해야 합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연맹(DPI) 주최 ‘제12회 장애인당사자 컨퍼런스’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인천전략, SDGs 실현을 위한 장애인단체 활동과 과제를 짚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2006년 12월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인권조약으로서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관한 내용으로, 전문과 본문 50개 조항 및 선택의정서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단체는 2003년 ‘국제장애인권리협약 한국추진연대’를 결성, 특별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제6조 장애여성’, ‘제20조 개인의 이동’, ‘제19조 자립적인 생활과 지역사회 통합’ 조항 제정에 주도적으로 공헌했다.
2006년 유엔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된 후에는 19개 단체가 모여 ‘장애인권리협약 한국비준연대’를 꾸려 2008년 12월 국회 비준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민간보고서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 이슈별 실천사례로는 ▲지하철, 저상버스, 고속버스 등 장애포괄적 교통수단 확보 ▲부양의무제 및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운동 ▲장애인 탈시설 ▲최저임금법 제15조(최저임금의 적용제외) 삭제 활동 등이 꼽혔다.
먼저 지하철 등 장애포괄적 교통수단 확보는 ▲CRPD 제20조 ‘개인의 이동성’ ▲SDGs 목표 11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복원력 있고 지속 가능하게 보장’ ▲인천전략 목표3 ‘대중교통, 물리적 환경 등에 대한 접근성의 향상’ 등에 해당한다.
진보적인 대중투쟁방식으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정 등을 이뤄냈지만, 정부의 ‘의지’는 부족하다는 한계가 남은 것.
이문희 사무차장은 “2017년부터 3년간 80억원의 실태조사만 여러 차례 실시하다가, 올해 겨우 10대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 5개 년 계획 속 저상버스 도입 41.5% 계획은 2,3차 모두 동일하게 설정했다”고 꼬집었다.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해서는 ▲CRPD 제28조 ‘적절한 생활수준과 사회적 보호’ ▲SDGs 목표1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인천전략 목표 4 ‘사회적 보호의 강화’에 해당한다.
광화문역 지하차도에서 2012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842일간 농성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전개, 19대 모든 대선 후보들이 주요 공약으로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3번에 걸친 시범사업, 단계적 폐지 등으로 인한 교묘한 지연 전략, 장애등급 2단계화로 인한 중증장애인들의 우려, 정부 예산 미확보로 인한 실효성 미흡이 아직 한계로 남아있다.
장애인 탈시설은 ▲CRPD 제19조 ‘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 ▲SDGs 목표 11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복원력 있고 지속 가능하게 보장‘ ▲인천전략 목표 4 ’사회적 보호의 강화‘ 등에 해당한다.
이 사무차장은 “최근 장애인권리보장법 공청회를 국회에서 진행, 탈시설 관련 질의가 있었는데, 국회의원 70%가 시설에 있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더라. 이 어려운 과제를 국제사회와 어떻게 연대하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무차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구체적인 목표, 지표가 없으므로 SDGs와 상호관계를 잘 연결해서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면서 “한국 활동뿐 아니라 유엔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제장애인단체와 정보교류를 하고, 국제사회를 통한 한국정부를 압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제12회 장애인당사자 컨퍼런스’에서는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및 이행을 위한 선택의정서 비준을 다시금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권리협약에 대해서는 비준했지만 장애인권리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이면서 장애인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에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2014년 최종견해에서 선택의정서 비준을 권고한 바 있으나 5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는 선택의정서 비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만 할 뿐,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
앞서 지난 10월 28일 총 27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UNCRPD(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한 바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실장은 "4월에 보건복지부 김현준 장애인정책국장이 선택의정서 비준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면서 "내년 총선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선택의정서 비준을 끊임없이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연맹 나은화 부회장도 "한 달 전에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정부의 말을 믿고 싶다"면서 "국내절차로 장애인 개개인의 권리 구제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선택의정서 비준을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비준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유엔장애인권리협약특별위원회 이영석 위원장은 "정의당은 작은 정당이지만,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정당 최초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면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유보조항 철회와 선택의정서 비준을, 국회와 정부에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이 해결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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