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치료사는 물고기를 낚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낚는 방법을 알려주는 코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삶의 주인공은 장애인이고, 그분이 선택한 것을 성공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조력자 정도라고 정의 내리고 싶어요.”
13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지하 1층에 위치한 작업치료실에서 이미숙 씨(53세, 뇌병변6급)의 일상생활 훈련이 한창이었다. 실제 가정집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부엌에서 미숙 씨는 정주희 작업치료사(45세)와 ‘츄러스’를 만들었다.
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뇌 손상이 온 미숙 씨는 팔과 다리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여 분 시간 동안 그는 식용유를 붓는 일부터, 츄러스 반죽, 굽기까지 스스로 해냈다.
“처음에는 팔의 움직임이 없었고 일어 서지도 못 해 휠체어를 탔어요. 이곳에서 처음 하고 싶었던 것이 혼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거였거든요. 혼자 변기에 앉는 연습부터 옷 입는 연습 등을 거쳐 이제는 스스로 집안일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짧은 치료 시간이 못내 아쉬운지 미숙 씨는 집으로 돌아가서도 끊임없이 연습했고, 그 결과 친어머니 간병부터 싱크대 대청소까지 혼자 해내고 있다.
“선생님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 저에게 큰 용기가 됐어요. 항상 ‘잘한다’고 하니 더 하고 싶고,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항상 고맙죠. 작업치료를 통해 원래 해왔던 요리 일로 돌아가고 싶네요.”
웃음을 머금은 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미숙 씨를 바라보며 정주희 작업치료사는 “제가 미숙 님의 삶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미숙 님의 일과가 궁금해지고, 같이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주희 작업치료사는 작업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환자의 ‘의지’라고 꼽았다.
“21년 동안 일을 해보니, 작업하려는 의지가 가장 관건입니다. 작업치료사는 끊임없이 클라이언트에게 작업하고자 하는 동기부여, 인식을 바꿔주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작업치료의 단계는 우선 클라이언트의 인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에는 어떤 작업을 했고, 현재는 어떤 작업이 안되며, 미래에는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는지 환자와 교감을 통해 우선순위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한다. 의료인을 넘어 장애인 삶에 동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1대 1로 이뤄지는 개인적 치료이기 때문에, 이 여정 동안 클라이언트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요. 인식 개선도 중요하고, 치료가 끝난 이후에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을 느끼거든요. 치료 이후 취업알선이라든지, 지역사회로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죠.”
현재 병원 작업치료의 경우, 일상생활에서의 실제 환경을 완벽히 조성해줄 수 없고, 질병 치료 개념이라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 중심의 작업치료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업치료는 병원에서 본인의 삶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브릿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 병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면 질병 치료 개념이 크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 치료를 끝내면 손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적응훈련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치료 환경, 그리고 방문치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숙 씨는 정주희 작업치료사를 만나 생전 처음 뜨개질을 배워 현재 1주일에 5~6개씩 아크릴 수세미를 만들어 주변에 선물하고 있다. 또 요리 활동을 통해 9살 조카에게 종종 간식을 만들어주며 행복을 느낀다. 더디지만 하나씩 이뤄가는 미숙 씨의 모습에 정주희 작업치료사 또한 감회가 새롭다고.
“미숙 님은 치료가 끝난 후에도 집에서 끊임없이 연습하셨어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치료 이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해가는 미숙 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고 감동입니다. 앞으로 미숙 님의 꿈인 직업복귀를 이룰 수 있도록 끝까지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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